[기업분석] '매출 2조원대' 삼양식품,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46.7%'의 명암
[이슈밸리=경제산업팀] 삼양식품이 글로벌 K푸드 열풍을 타고 창사 이래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해외 매출 급증으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수익성 역시 국내 식품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성장 이면에 자리한 지배구조 문제는 한번 짚어 봐야 할 사안이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가장 큰 변화는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무(COO)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다.
김정수 회장은 지난 6월 본인이 보유한 삼양식품 보통주 20만주를 장남 전병우 전무(17만1500주)와 장녀 전하영 씨(2만8500주)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전 전무의 개인 지분율은 기존 0.59%에서 2.87%로 상승하며 부친인 전인장 전 회장(3.13%)에 이어 오너가 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반면 김 회장의 지분율은 3.76%에서 1.11%로 낮아졌다.
승계의 핵심 축은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다. 삼양식품 지분 35.48%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은 김정수 회장 32.0%, 전병우 전무 24.2%, 전인장 전 회장 15.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 합계는 72.1%에 달한다.
여기에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보유한 자사주 27.9%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외부 영향력이 제한된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00억원 규모 부담부증여… 승계 정당성 논란은 여전
이번 승계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을 끈 부분은 약 8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채무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 방식이다.
부담부증여는 증여 재산과 함께 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일반 증여보다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법적인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 역시 승계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재무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전 전무가 보유한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의 형성 과정은 여전히 시장의 관심사다.
전 전무는 미성년자 시절 설립된 개인회사 SY캠퍼스를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했다. 해당 회사는 과거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이후 확보한 자금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이전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모든 거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결국 향후 전 전무가 현재 총괄하고 있는 신규 브랜드 사업과 글로벌 웰니스 사업 등에서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시장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글로벌 수준, 지배구조 평가는 절반 이하
삼양식품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지배구조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평가 대상 15개 항목 가운데 7개 항목을 충족해 46.7%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 평균 수준을 밑도는 수치다.
특히 김정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경영진에 대한 독립적 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수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았으며,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역시 공식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다.
기업가치를 훼손한 임원에 대한 선임 제한 정책도 명문화돼 있지 않아 ESG 투자자 관점에서는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삼양식품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만큼 성장 속도에 걸맞은 지배구조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ROE 31%에도 낮은 배당성향…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갈림길
수익성만 놓고 보면 삼양식품은 국내 식품업계 최고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고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순이익이 최근 수년간 급증했음에도 배당성향은 오히려 한 자릿수 수준까지 낮아졌다. 현금배당수익률 역시 시장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45%를 넘고 국민연금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성장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영 전략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이유로 든다. 밀양 제2공장 가동에 이어 중국 저장성 자싱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며,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현금 유보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삼양식품은 현재 '고성장'과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불닭볶음면 신화가 만들어낸 폭발적 성장세는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글로벌 소비재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승계 투명성, 이사회 독립성, 주주환원 정책 등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K푸드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향후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는 실적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3년간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마무리된 이후 삼양식품이 어떤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느냐가 'K푸드 대표주자'의 진정한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