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에세이-①] "거실 한복판의 고독: 중년 말티즈의 배변 일기"

2026-06-05     이슈밸리

 

 

[이슈밸리=말티즈 '장군' 기자] 거울을 볼 때마다 흠칫한다. 벌써 나이 다섯 살. 사람 나이로 치면 마흔 줄에 접어든 중년의 말티즈가 바로 나다.

어릴 적엔 그저 간식 하나에 영혼까지 팔아치우던 철없는 댕댕이였다. 특히 배변 판 위에서 벌이는 그 화려한 ‘응가 퍼포먼스’는 내 인생 최고의 업무이자 기쁨이었다. “옳지! 잘한다!” 하는 엄마의 환호와 함께 이어지는 그 달콤한 닭가슴살 트릿 한 조각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지.

그런데 말이다, 나이가 드니 슬슬 자의식이라는 게 생긴다. 예전엔 응가하는 모습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도 부끄러운 줄 몰랐는데, 이제는 이게 보통 난처한 게 아니다.

우리 집 인간 가족들을 좀 보시라. 화장실 문을 아주 굳게 걸어 잠그고,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씩 자신들만의 ‘비밀 회담’을 즐기다 나오지 않는가? 프라이버시? 그게 사람에게만 있는 권리인가? 나도 털 뿜뿜한 엉덩이를 가진 엄연한 중년의 신사인데, 사방이 뻥 뚫린 거실 한복판 배변 판에서 온 가족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그 일을 처리해야 한다니. 이거야말로 명백한 인권, 아니 견권 침해다.

가끔은 리트리버나 세퍼트 형들처럼 인간 화장실 변기에 떡하니 올라가 폼 한번 잡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짧은 다리와 앙증맞은 체구로는 변기 위에 올라가는 순간, 그대로 ‘퐁당’이다. 화장실 청소하는 엄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건 꿈도 못 꿀 노릇이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엄마에게 진지하게 면담을 요청하고 싶다.
“엄마, 요즘 세상에 칸막이 응가 판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내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십시오.”

이렇게 유창하게 내 의사를 전달하고 싶건만, 입을 열면 그저 “멍!” 하고 짖는 소리밖에 나오질 않는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번역기가 내 마음을 100% 읽어주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사치일까.

엄마는 내가 ‘멍!’ 하고 짖으면 “우리 강아지, 쉬 마려워?”라며 또 배변 판 앞으로 나를 인도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엄마, 제발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오늘도 나는 화장실 칸막이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연하게 엉덩이를 들이민다.

오늘따라 간식 맛이 참 쓰다. 멍! (그래도 주면 맛있게 먹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