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기획] '자주국방' 외치면서 제대군인 홀대? 채용 우대가 먼저다

2026-06-06     이슈밸리

 

[이슈밸리=권동혁·윤대우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자주국방과 K-방산 경쟁력 강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과 수백만 예비군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첨단 무기와 국방예산 확대 못지않게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취업 기회, 경력 인정, 예비군 지원 제도가 뒷받침돼야 자주국방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내 기업들의 제대군인 채용 실태와 군 경력 활용 현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라진 군 가산점, 남은 것은 '우대' 문구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만 군 복무 경험이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취재 결과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제대군인에게 별도의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 제도 위헌 결정 이후 민간기업 역시 점수 부여 방식 대신 '제대군인 우대' 조항을 채용공고에 명시하는 형태가 일반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방산기업과 공기업, 보안·시설관리 분야 기업들은 제대군인 우대 방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군 복무 경험이 민간기업 취업 경쟁력으로 얼마나 평가받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보훈은 늘었지만 채용은 여전히 숙제

최근 ESG 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평가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면서 보훈 관련 활동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현충원 봉사활동, 국가유공자 후원, 보훈가족 초청 행사, 장학사업 등을 진행하며 호국보훈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방산업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6월이 되면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반면 제대군인 채용 규모와 비율, 군 경력 인정 현황 등을 공개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 기부와 봉사활동을 넘어 고용 영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가보훈부는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을 적극 채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대군인 고용우수기업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증 기업에는 정부 포상과 행정 지원,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미국은 베테랑 우대, 유럽은 전직 지원 체계 구축

해외에서는 군 경력을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퇴역 군인을 의미하는 '베테랑(Veteran)' 채용 프로그램이 민간기업 전반에 확산돼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별도 채용 전형을 운영하거나 군 복무 경험을 리더십과 조직관리 역량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연방정부 역시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군 경력의 민간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 또한 전역 예정 장병을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자격증 취득, 취업 컨설팅 등을 제공하며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군 복무를 국가에 대한 희생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경험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군인 지원 정책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일반 기업의 채용 문화로까지 연결되고 있는지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주국방의 또 다른 조건

전문가들은 자주국방이 무기체계와 국방예산 확대만으로 완성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민이 군 복무를 명예로운 경험으로 인식하고, 전역 이후에도 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될 때 국방 체계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약 270만명 예비군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혜택 확대 역시 안보 역량 유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호국보훈의 달마다 이어지는 추모와 감사의 메시지가 실질적인 취업 기회와 경력 인정, 사회 복귀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들의 보훈이 현충원 참배와 기부를 넘어 채용과 인재 활용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방·고용정책 분야 한 전문가는 "자주국방은 첨단 무기 확보만으로 달성되는 개념이 아니라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중이 함께 구축될 때 완성될 수 있다"며 "제대군인과 예비군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경험을 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