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한국, 중국 향한 비수' 발언 파장…정부, 美측에 사실상 유감 표명

2026-05-30     이슈밸리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한국을 중국을 향한 '비수(dagger)'에 비유한 발언을 내놓은 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사실상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청와대와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국방부 등은 한미 간 각급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브런슨 사령관 발언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공개 대응 대신 외교 채널을 활용해 해당 발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유사한 표현 사용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간 외교·안보 채널을 통한 구체적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브런슨 사령관의 일련의 대외 발언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는 제반 현안에 대해 각급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의 발단은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 22일 미국 육군 전쟁대학이 주관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중국이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시아 중심에 있는 비수와 같은 한국"이라며 "일본은 남중국해 너머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야심을 막는 방패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에도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자 고정된 항공모함"에 비유한 바 있다.

미국 안보전략 차원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을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닌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결정해야 할 사안임에도 미국 군 지휘관이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브런슨 사령관 발언에 대해 "한국과 주한미군을 중국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묘사했다"며 "분명히 선을 넘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중국 측 대응을 두고도 논란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정부를 향해서도 "대한민국 주재 대사관을 통해 한국 언론을 상대로 미국을 비판한 대응 방식 역시 적절하지 않다"며 "한국 여론을 끌어들이는 모양새는 이웃 국가가 갖춰야 할 외교적 절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표현 논란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자국 견제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적 균형과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할 것인가를 둘러싼 민감한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