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문화부 고위공무원, 면접여성 수백명에 이뇨제 먹이고 촬영

2026-05-21     임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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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임정은 기자] 프랑스 문화부의 인사 담당 고위공무원이 면접을 보러 온 여성 수백명에게 몰래 약물을 먹여 가학적인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간 르몽드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앙 네그르 전 부청장은 문화부 본부 인사정책 담당 부국장과 그랑데스트 지역문화업무청 부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면접이나 회의를 구실로 여성들을 유인했다.

이후 이뇨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화장실을 찾기 힘든 야외로 이끌어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거나 노상 방뇨를 하며 굴욕감을 느끼는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범행의 치밀함은 기록으로도 확인됐다. 네그르 전 부청장은 '실험 P'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만들어 피해자 181명을 만난 과정과 반응을 세부적으로 기록해 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범행을 실험이라 명명한 점을 비판하며 문화부가 가해자의 사냥터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급박하게 화장실을 찾다 옷이 젖어 수치심을 느꼈고 신체 손상이나 출혈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사무실 부하 직원들은 평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던 네그르 전 부청장에게 '사진사'라는 별명까지 붙였으나 아무도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꼬리가 길어진 범행은 결국 2018년 회의 중 책상 밑으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되면서 끝이 났다.

네그르 전 부청장은 직위해제 돼 공직에서 퇴출당한 후 2019년 정식 기소됐다. 그러나 사건 적발 후 7년이 흐른 현재까지 형사재판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네그르 전 부청장은 지난해 여름까지 '베르나르 장르'라는 가명을 사용해 대학에서 인사관리 강의를 하고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가해자의 정체는 여성단체 게시된 사진을 본 대학생들이 학교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프랑스 사법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성범죄에 관대한 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수사당국은 해명을 내놨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피해자들을 "일일이 접촉해 고소 의사를 확인하는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하느라 재판이 지연됐다"며 "올해 말까지는 관련 조사를 마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수사당국이 파악한 잠재적 피해자는 총 248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80명이 사법 절차에 공식 참여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