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반도체·방산 시대, 해외출장도 전쟁…미국식 보안 한국도 절실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보안 경계 수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측 수행단이 귀국 직전 중국 측이 제공한 출입증과 휴대전화, 대표단 배지까지 전량 폐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뉴욕 포스트 소속 백악관 출입기자 에밀리 구딘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측 직원들이 중국 측이 제공한 모든 물품을 에어포스원 탑승 직전 폐기했다”며 “기내에는 중국에서 온 어떤 물건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중국 방문 시 보안 대응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행단은 개인 휴대전화 대신 일회용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이메일 역시 임시 계정을 활용했다. 개인 전자기기는 GPS와 와이파이 신호를 완전히 차단하는 ‘패러데이(Faraday) 백’에 보관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중국을 단순 경쟁국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정보수집 능력을 가진 국가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미국 정·재계 인사들의 중국 방문 때마다 도청과 해킹, 위치 추적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 한국인 해외 출장시 보안 인식은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보안 인식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공기관과 기업 임직원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 출장 중 개인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현지 공용 와이파이나 충전 장치를 무방비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배터리·방산·AI 등 첨단 산업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 보안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중국 방문 자체를 사실상 ‘고위험 보안 환경’으로 간주한다”며 “한국도 산업기술 보호 차원에서 공직자와 기업인 대상 해외 보안 매뉴얼을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보 전문가는 “과거에는 군사 정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기술과 산업 데이터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라며 “미국처럼 출장용 별도 기기 사용, 통신 차단 장비 활용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보여준 이번 대응은 단순한 의전 절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보전쟁’의 현실을 드러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역시 더 이상 이를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