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터리] 주변국 기겁한 '한-프 원잠 동맹'의 실체...프랑스, K방산 올인하면
마크롱 방한 계기로 ‘글로벌 전략 동반자’ 격상…해군·우주·원자력·첨단무기 협력 가능성 부상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프랑스는 유럽 안에서도 조금 특이한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독자 군사 노선을 오랫동안 유지해왔고, 지금도 핵전력·원자력 추진 잠수함·항공우주 체계를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유럽 내 유일한 독자 핵보유국이라는 상징성도 여전히 크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이 급격히 커졌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궁-II, FA-50 등이 잇따라 해외 시장에 진입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납기 맞추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무기 재고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방산 협력 범위가 예상보다 빠르게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K-방산의 실전형 생산 능력과 프랑스식 전략 자율성, 이른바 ‘라 가르드(La Garde·수호의 방패)’가 결합할 경우 한·프 군사 협력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21세기형 방산 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원잠 협력 가능성” 다시 부상…민감하지만 가장 큰 카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분야 중 하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관련 협력 가능성이었다. 공식 공동성명에 구체적 기술 이전이나 공동개발 문구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해양 원자력 추진 체계와 전략 잠수함 분야가 양국 대화 테이블에 오른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잠은 단순 무기 사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연료 문제부터 국제 비확산 체제, 미국과의 안보 협의, 기술 이전 범위까지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다. 실제로 한국 내부에서도 수년째 필요성은 제기돼 왔지만 현실 장벽은 높았다.
다만 프랑스는 미국과 달리 저농축 우라늄 기반 원자로 기술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비교적 현실적인 협력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한국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건조 경험을 축적했고, 프랑스는 바라쿠다급 원잠 체계를 운용 중이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나라의 기술적 접점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 육군은 K2·K9, 공군은 엔진…협력 범위 넓어질 가능성
방산업계에서는 해군보다 오히려 육군·공군 분야 협력이 먼저 속도를 낼 가능성을 거론한다.
한국의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다. 폴란드 수출 이후 생산 속도와 유지비 측면이 강점으로 부각됐고, 북유럽·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르클레르 전차 노후화와 장기적인 차세대 플랫폼 교체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 주도의 차세대 전차 사업(MGCS)이 지연되면서 유럽 내부에서도 현실적 대안론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공군 분야에서는 항공엔진과 항공전자 장비 협력이 거론된다. 프랑스 사프란은 유럽 대표 항공엔진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 역시 KF-21 이후 독자 엔진 체계 확보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엔진·센서·위성·무인체계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프 간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협력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양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잠수함 전력 증강에 민감한 일본, 핵·미사일 전력을 앞세운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 확대 자체를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중심 구조에 유럽 핵잠수함 기술 축까지 연결될 경우 주변국들의 군사적 경계심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유럽 재무장 흐름…K-방산에 새로운 변수
최근 유럽 분위기는 과거와 조금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후 “비상시 무기를 실제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는 계약부터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기존 유럽 체계보다 한국식 대량 생산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와 유럽 재무장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군사·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단순 구매 대상이 아니라 아시아 전략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기술·생산·정비까지…방산 협력 구조 자체 바뀌나
과거 방산 협력은 ‘사고파는 구조’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공동개발, 현지 생산, 유지·보수(MRO), 탄약 공급망, 군사위성까지 묶는 형태가 늘고 있다.
한·프 협력 역시 단순 수출 계약보다 이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프랑스는 항공우주와 원자력 분야 원천 기술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생산 효율과 납기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실제 협력까지는 넘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 견제 가능성, 유럽 내부 방산 이해관계, 기술 이전 범위, 핵 비확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군 안팎에서는 “양국 관계가 빠르게 가까워진 것은 맞지만, 원잠 수준 협력은 정치·외교·군사 변수가 워낙 많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 이후 한·프 관계가 기존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방산 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