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전쟁도 못 막은 'K 증시 질주'…코스피, 사상 첫 7,000 시대 정조준
[이슈밸리=윤대우·한유진 기자] 중동발 전운이 짙어지고 원유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한국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21일 2% 넘게 상승해 사상 최고치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2월 2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점(6,307.27)을 약 2개월 만에 경신했다.
여전히 이란전쟁이 불안하고 원유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직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6400선에 육박한 배경에는 단순한 유동성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현재의 충격보다 향후 전개될 긍정적 시나리오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한 차례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가격에 반영한 이후, 투자자들은 확전이 아닌 제한적 충돌이나 협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상승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최악 회피’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 전쟁 변수보다 강한 축, 반도체·AI 시장 견인하는 흐름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중심축은 여전히 반도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산업 구조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익 기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익 증가 기대는 지수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재조정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라는 부담 요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에너지 리스크보다 AI 성장성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인 자금 유입·디스카운트 완화…구조적 재평가 국면 진입 기대
K증시 질주의 또 다른 원인은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귀환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평가 매력과 환율 안정, 글로벌 AI 공급망에서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한국 시장이 다시 투자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 등으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는 흐름도 관측된다. 이는 단기 반등을 넘어 장기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대비 동일한 이익 수준에서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가 급등이나 실제 공급 차질, 전쟁의 확전 가능성은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의 상승 흐름은 리스크 소멸이 아니라 ‘리스크 통제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 연말까지 코스피 8000선까지의 상승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이익 증가, 외국인 자금 유입, 디스카운트 완화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과거보다 높은 지수 레벨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향후 시장은 복수의 경로를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황이 유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통제될 경우 추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칠 경우 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쟁이 확전되는 경우에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3년후 증시 전망, 1만1000 vs 7000 ‘반도체 여건 관건’
보다 멀리 보면 향후 3년은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고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경우 2029년 코스피는 9000~1만1000선까지 상승 여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반도체 사이클 둔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6500~8500선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발 리스크가 확전으로 이어져 에너지 공급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5000선 안팎까지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증시를 두고 낙관과 경계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업 이익과 증시 밸류에이션의 상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긍정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에너지 수급과 물류 비용에 충격을 줄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투자 확대는 기업 이익의 구조적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상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익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주요 지수의 상단도 과거 대비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산업 분석에서 “AI 투자 확대는 메모리 업황의 구조적 반등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이익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 증시 밸류에이션 상단 역시 점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시경제 진단에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는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을 통해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