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미경] “우물 안 개구리였나”…17년 만의 WBC 8강, 한국 야구에 남은 씁쓸한 질문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한국 야구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7년 만에 8강에 올랐지만 결과보다 내용에서 더 큰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별리그를 힘겹게 통과한 뒤 8강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과정은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우물 안 개구리’ 논란을 다시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2승 2패로 통과하며 2009년 준우승 이후 17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도 일본과 대만에 패했고 호주와 체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데 그치면서 경기력 자체는 기대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만전 패배로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최소 실점률 덕분에 가까스로 8강에 오른 과정은 한국 야구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은 수준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준 장면으로 분석된다.
8강전에서는 세계 정상급 팀과의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후안 소토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한국은 투타 모두에서 밀리며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야구계에서는 KBO리그가 최근 2년 연속 1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 면에서는 성장했지만 국제 경쟁력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리그 중심 구조 속에서 세계 야구의 흐름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프로야구팬 관계자는 "4월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전국 모든 야구장이 초 만원이었고 응원만큼 야구 선수들 실력이 늘었다고 믿었는 이번 세계 야구속에서 한국 야구 현실이 참담한 것으로 보고 씁쓸했다"면서 "일본이나 대만과 교류전도 중요하지만, 중남미 야구와 정기적 순환 경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가 완전히 부정적인 결과만 남긴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김도영과 안현민 등 젊은 타자들이 국제무대에서도 가능성을 보이며 세대교체의 희망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대표팀이 조기에 구성돼 체계적으로 준비됐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들이 처음으로 합류한 점도 대표팀 운영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투수층의 취약성과 세계 정상급 팀과의 격차는 여전히 한국 야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된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KBO리그 흥행과 국제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라며 “세계 야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 야구가 국내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었던 것 아닌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17년 만의 8강이라는 성과 속에서도 한국 야구의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이번 WBC는 결국 한국 야구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