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천궁 요격률 96%, 10조원 잭팟 자랑할 때 ...미사일 재고 바닥나면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전 배치된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가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상대로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했다는 소식이 세계 방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산 방어체계 천궁-II는 약 60여 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새해 96%라는 경이적인 실전 명중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강 미국 패트리어트(PAC-3)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이 숫자는 K-방산이 더 이상 '가성비' 모델이 아닌, 세계 최정상급의 '하이엔드' 무기 체계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화려한 승전보에만 취해있을 때, 현장에서는 또 다른 긴박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UAE 정부가 요격 성공 직후 우리 측에 천궁-II 미사일의 조기 공급을 긴급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대 방공전의 냉혹한 단면을 보여준다. 명중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한 번의 대규모 교전만으로 포대 하나가 보유한 즉응 탄약이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적의 탄도미사일 한 발을 확실히 궤멸시키기 위해 두 발 이상의 요격 미사일을 동시에 쏘아 올리는 '중복 요격(Salvo Fire)' 방식이 기본인 상황에서, 탄약고의 잔고는 성능 지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안보의 생명선이다. 요격률이 99%라 할지라도, 발사대에 장전할 다음 미사일이 없는 순간 방공망은 거대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수입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국가 존망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도 결코 끊기지 않는 '공급망의 보장'이다. 교전 중에 "국내 생산 라인 한계로 납기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실패를 넘어 심각한 외교적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가 목격했듯, 현대전은 누가 더 정교한 무기를 가졌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탄약을 밀어넣을 수 있느냐를 겨루는 산업 지구력 싸움으로 변모했다. 수입국들에게 필요한 것은 카탈로그 속의 화려한 제원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보충되는 '마르지 않는 탄약고로서의 대한민국'인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 안보와의 균형이다. 해외 주문이 폭증하고 긴급 공급 요청이 잇따를수록, 국내 생산 라인은 수출 물량 대응에 매몰될 위험이 크다. 문제는 각종 미사일은 반도체나 자동차 처럼 단기간에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밀한 추진체와 유도장치를 결합하는 복잡한 공정과 엄격한 품질 관리는 생산 용량(Capacity) 확장에 물리적 한계를 부여한다. 수출 물량을 대느라 정작 우리 하늘을 지킬 미사일 재고가 적정 수준 밑으로 떨어진다면, 이는 '방산 강국'이라는 이름 아래 안보의 토대를 스스로 갉아먹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방산 잭팟이라는 숫자에 취해 과도한 낙관론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미사일은 누군가의 생명과 도시의 운명을 짊어진 무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요격률 90%라는 기술적 자부심을 넘어, 세계가 요구하는 물량을 제때 뽑아낼 수 있는 '압도적 생산 능력'과 '전략적 재고 운용'이다.
공급망의 뒷받침 없는 무기 체계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진정한 방산 강국은 미사일을 잘 만드는 것과 더불어, 미사일이 절실한 순간에 결코 창고를 비우지 않는 나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