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안보] '외국인 인력 관리 이대로 괜찮나'… '국적' 넘어 '검증' 시대로

물 밀 듯 들어오는 외국인 인력 관리 '골든타임' 놓치지 마라

2026-02-28     이슈밸리

 

[이슈밸리=권동혁·한유진 기자]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국가 기관들이 '외국인 인력 관리'라는 거대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글로벌 인재 확보라는 개방성의 가치와 국가 핵심 기술 사수라는 보안의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기술 유출 사고와 개인정보 보안 위기는 우리가 구축해 온 보안 시스템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가 정보의 중추인 국정원과 국방부, 경찰 등 안보 기관들은 현재까지 대한민국 국적자만을 채용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방어벽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적 장벽'만으로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보사령부 요원의 기밀 유출 사건에서 보듯, 국적을 불문하고 내부자에 의한 포섭과 매수 시도는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이는 공공 부문의 보안이 단순히 채용 단계의 국적 확인을 넘어, 생애 전반에 걸친 정교한 안보 심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민간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거인들이 보안의 '철옹성'을 쌓고 있다. 

이들은 연구개발 부문에는 글로벌 인재를 적극 영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장 설계나 배관 구조 등 핵심 설비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현장 노동직에는 오히려 외국인 채용을 극도로 제한하는 철저한 ‘선별적 개방’ 전략을 고수한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화성 캠퍼스는 현장 근로자 한 명의 출입조차 국가 안보 수준의 신원 조사를 거치며, 외국인 인력의 범죄 경력 확인이 불분명할 경우 채용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발생한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의혹 사건으로 인해 보안 정책의 근본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중국 국적 개발자의 개입설이 불거지며 드러난 보안 구멍을 메우기 위해, 업계는 현재 ‘제로 트러스트’ 모델 도입과 내부 인력 모니터링 강화를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는 모든 접속 시도를 의심하고 검증하는 체계로, 특히 글로벌 개발 인력의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직무별로 더욱 세분화하고 실시간 로그 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를 즉각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채용 시 백그라운드 체크를 강화하고 보안 서약의 법적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융권의 상황은 더욱 엄격하다. 은행, 카드사, 증권사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이라는 강력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망 분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완전히 분리하여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인력이 포함될 수 있는 외주 개발 단계에서도 물리적·논리적 고립 환경을 구축해 운영한다. 

특히 고객의 실명과 계좌번호가 포함된 핵심 DB에 접근할 때는 다중 승인 절차와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적용하며, 외주 인력이 작업한 코드는 별도의 보안 검수를 거치지 않으면 실제 운영 시스템에 반영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강국들은 이미 우리보다 앞서 더 강력한 '기술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은 ‘간주 수출’ 원칙을 적용해, 미국 내에서 외국인에게 기술 정보를 보여주는 것 자체를 해당 국가로의 수출로 간주하고 엄격히 규제한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추진법을 통해 ‘기밀정보 취급인가’ 제도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하며 정부 차원의 신원 검증을 강화했다. 대만 또한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 스파이 죄를 신설하고, TSMC와 같은 국가 핵심 산업의 기술 유출을 간첩행위에 준해 처벌하는 등 국가적 사활을 걸고 대응 중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최근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북한)’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기밀뿐 아니라 핵심 산업기술을 외국에 유출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안보·기술 보호 강화라는 평가와 함께, 적용 범위 확대에 따른 과잉 처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핵심 인력에 대한 국적 불문의 '안보 심사'를 법제화하고, 기업들이 보안 투자를 비용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국내 보안분야 한 전문가는 “반도체 설계도 한 장이 유출되는 것은 단순한 기업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10년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면서 “이제는 국적을 따지는 고전적 보안을 넘어, 핵심 인력이 가진 데이터 접근권 자체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보고 실시간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범국가적 보안 거버넌스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