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자신감 되찾은 삼성전자, HBM4로 ‘기술 반격’

반도체 회복→가전·전장까지 전방위 공세

2026-02-12     이슈밸리

 

[이슈밸리=한유진·임정은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기술 경쟁력 회복을 선언하며 다시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반도체에서 되찾은 자신감이 가전·전장·AI 플랫폼까지 확산되며 재계 맏형의 전면적 반격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기술 리더십 회복이 한국 산업 전반에 긍정적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CTO는 “에이전트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가는 시대에 메모리 대역폭 제약을 해소할 기술을 준비 중”이라며 HBM4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로드맵을 공개했다.

HBM4는 I/O를 기존 대비 두 배로 늘리고, 단일 스택 기준 최대 3TB/s 수준의 대역폭과 최대 36GB 용량을 구현했다. 파운드리 핀펫 공정 적용으로 전력 효율은 약 40% 개선됐다. 업계 최고 수준의 11.7Gbps 속도 역시 강조됐다.

삼성은 커스텀HBM, zHBM,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HCB) 등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며 “HBM4E·HBM5에서도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 공급을 목표로 한 양산 출하 계획까지 언급되며, AI 반도체 경쟁에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코옵티마이제이션(공동 최적화)’ 전략이다. 삼성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AI 시대 맞춤형 통합 반도체 설계를 내세웠다. 이는 단순 메모리 공급자가 아니라 AI 인프라 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 반도체 자신감→AI 가전·북미 공략…전 사업부 공격 전환

반도체에서의 기술 자신감 회복은 소비자가전(DA)과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KBIS 2026 전시회에서 AI 기능을 강화한 ‘비스포크 AI 가전’과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를 전면에 내세우며 북미 공략을 선언했다.

냉장고 내부 식재료를 인식하고 요리까지 추천하는 ‘AI 비전’, 영상 콘텐츠를 레시피로 변환하는 기능, 사용자 음성을 구분하는 보이스 ID 등은 단순 가전을 넘어 AI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AI 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까지 연결되면, 삼성은 반도체–디바이스–서비스를 잇는 수직 통합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애플·구글과 유사하지만,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삼성만의 독보적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반도체에서 회복된 기술 리더십이 소비자 사업과 전장, 스마트홈까지 확산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기술 자신감을 되찾으면 모든 사업부가 동시에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지금이 그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 재계 맏형의 반격, 한국 산업에도 파급…‘삼성 사이클’ 재가동

삼성전자의 반격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은 단순 대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작동해 왔다. 이는 삼성전자 1년 수출액이 대한민국의 전체 수출액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삼성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기술을 선도할 때 협력사·부품사·장비업체까지 동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반대로 경영 불확실성과 오너 리스크로 대규모 투자가 지연될 경우 산업 전반의 체력도 약화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2013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반도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 한국 수출과 제조업 역시 활력을 보였다. 반면 최근 오너리크스 10년간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투자 타이밍이 흔들릴 때 산업 전반의 체감 경기도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HBM4를 중심으로 한 기술 반격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 회복을 넘어 ‘삼성 사이클’ 재가동의 신호로 해석된다. 메모리–AI–가전–전장으로 이어지는 공격적 투자 흐름이 재개될 경우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다시 치고 나가면 한국 산업도 함께 움직인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자신감 회복이 전 사업 영역으로 확산되는 지금, 재계 맏형의 반격이 한국 경제에 어떤 파동을 만들지 주목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HBM4 공개와 최근 실적 반등 흐름을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닌 ‘전략 전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HBM 경쟁은 단순 메모리 싸움이 아니라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이라며 “삼성이 파운드리·패키지·메모리를 동시에 보유한 구조는 AI 시대에 매우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HBM4부터는 기술 격차가 공급망 지위와 직결된다”며 “삼성이 HBM4에서 고객 피드백을 확보하고 양산 타이밍을 맞출 경우 2026년 이후 AI 메모리 시장 점유율 구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