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잘 나가는' 이한우의 현대건설…1.2조 적자 쇼크 이후 ‘체질 전환’ 시험대
현대차 ‘피지컬 AI’ 질주 속, 현대건설은 ‘미수금·원가·안전’ 3중 리스크
[이슈밸리=기업분석팀]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건설이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외형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이 25조5천15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수주액(18조3천111억원) 대비 39% 증가한 수치로, 단일 국내 건설사 연간 수주가 25조원을 넘은 사례는 처음이다.
문제는 AI 미래시대에 건설계 맏형 현대건설은 무엇을 선도하며 보여 줄 수 있느냐 점이다.
최대주주사인 현대자동차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통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흐름과 달리, 현대건설은 전통적 EPC(설계·조달·시공) 모델의 수익성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한 상태라는 해석이다.
2024년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영업손실 1조2,210억 원을 기록하며 23년 만에 적자 전환을 겪은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건설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황형 적자로 단순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며,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원가와 공정 리스크 관리 실패, 미수금 누적, 안전 신뢰 약화가 동시에 폭발한 구조적 사건으로 읽힌다는 전망이다.
다만 2025년 들어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잠정 실적에서 매출 23조28억 원, 영업이익 5,342억 원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을 일부 확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실적 반등이 위기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진단이 우세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전환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동일한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는 분위기라는 해석이다.
◆ 적자 쇼크 본질 ‘해외 리스크 폭탄’…미수금 잠재 부채로 커질 전망
현대건설의 적자 전환은 해외 현장에서 누적된 비용 부담이 결정타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설계 변경, 공기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는 순간 수익성이 급격히 무너지는 건설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계약 조건과 리스크 분담 구조가 수익을 좌우하는데, 현대건설이 이러한 위험 요소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사미수금 부담은 재무 안정성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사미수금은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현금흐름과 운전자본 부담을 직접 키우는 변수로 작동하며, 프로젝트가 길어질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까지 내포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미수금 규모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익성 회복 또한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한 분위기다.
◆ 현대차 ‘피지컬 AI’로 미래 선점하려 할때…현대건설 혁신 속도 시험대로
현대차의 ‘피지컬 AI’ 전략이 산업 구조를 바꾸는 속도를 보여주는 반면, 현대건설의 혁신은 체감 수준에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AI와 로봇을 통해 제조 비용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흐름을 강화하는 동안, 현대건설은 BIM이나 일부 자동화 장비, 제한적 모듈러 적용 수준에서 생산성 혁신이 근본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한 기술 도입 속도 차이가 아니라 기업이 위기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를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제조 산업은 AI로 품질과 비용, 속도의 삼각형을 다시 짜는 반면 건설은 여전히 인력 중심 공정과 저가 수주 경쟁, 공정 지연 리스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체질이 반복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월 이후 이한우 대표 체제로 전환되며 경영 방향의 재정비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는 성과는 수주 확대 같은 외형 지표보다 손익 구조를 망가뜨린 리스크의 재발을 막는 관리 역량이라는 전망이다.
2025년 잠정 실적의 회복은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으나, 그것이 지속 가능한 체질 개선의 시작인지 일시적 반등인지가 진짜 승부처로 남았다는 해석이다.
◆ 해외 IB·IP 전문가 “마진은 설계 변경과 데이터 지배력에서 갈려”
해외 투자은행(IB)과 프로젝트 리스크 분석 기관들은 대형 건설사의 미래 경쟁력이 수주잔고 규모가 아니라 계약 구조의 보수성, 원가 통제 능력, 현금 회수력에서 갈린다는 분석을 반복해 내놓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플랜트 시장에서는 계약 단계에서 리스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행 단계에서 변경과 지연을 얼마나 빠르게 비용 통제로 연결시키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해외 프로젝트(IP) 관점에서 보면 현대건설이 마주한 문제는 단순한 공사 실행 리스크를 넘어, 기술과 설계 권한을 둘러싼 지식재산(IP) 통제력과도 직결된다는 전망이다.
국제 건설·에너지 프로젝트에서는 설계 변경과 디지털 설계 자산, 공정 데이터가 사실상의 권력으로 작동하며, 어느 쪽이 그 데이터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비용과 책임 구조가 달라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해외 IP 전문가는 “대형 EPC 프로젝트에서 진짜 마진은 시공에서 나오지 않고 설계 변경의 주도권과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디지털 트윈과 BIM, 공정 데이터가 계약 분쟁의 기준점이 되는 시대에 건설사가 IP 관점의 방어선을 갖추지 못하면 원가 리스크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안전 이슈는 현대건설 위기의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건설업에서 안전은 ESG 슬로건이 아니라 수주 경쟁력과 금융비용, 브랜드 신뢰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대형 사고가 반복될수록 공사 중단과 추가 비용, 법적 분쟁이 뒤따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주처의 신뢰 하락과 수주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대건설의 2025년 회복은 위기 탈출의 결론이라기보다 체질 전환이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수주 중심 외형 성장 전략을 유지하는 한, 유사한 구조적 손실이 재발 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분야 한 전문가는 “현대건설의 생존 키워드는 결국 마진과 현금, 안전이라는 관측”이라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기업이 아니라 수익과 리스크를 통제하는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