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이용 차단...세계 첫 규제 시행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호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청소년 보호를 위해 16세 미만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계정 이용을 차단한다. 이는 세계 주요국 중 처음으로 취하는 조치로, 여러 나라가 비슷한 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규제의 실제 효과와 구체적인 내용이 주목받는다.
호주 정부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관련 법은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적용 대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엑스(X), 스냅챗 등 10개 주요 소셜미디어이며, 향후 다른 플랫폼도 추가될 수 있다.
호주가 이처럼 강력한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아동·청소년이 겪는 온라인 위험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14세 소년 올리 휴즈의 사례처럼 소셜미디어 노출로 인해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괴롭힘, 자해 메시지를 받는 등 비극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 기관 e세이프티 조사 결과, 지난해 13세에서 15세 청소년 중 57%가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고, 13%는 자살·자해 메시지를 직접 받았다고 답했다.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는 저서 '불안 세대'를 통해 소셜미디어 보급이 미국 10대의 우울증과 자살률 급증의 배경이라고 진단하며,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 차단 등을 대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e세이프티는 이번 조치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차단'이 아닌 '계정 사용 연기'라고 설명한다. 해당 이용자는 로그인하지 않은 채 콘텐츠에 계속 접근할 수 있으며, 이용자나 부모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16세 미만의 계정 보유를 막으면 알고리즘이나 푸시 알림 같은 중독성 있는 기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e세이프티는 "청소년은 계정에 로그인한 상태일 때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규제 대상 소셜미디어는 16세 미만의 기존 계정을 삭제하거나 16세가 될 때까지 비활성화시키고 신규 계정 개설은 막아야 한다. 호주 내 16세 미만 청소년 약 96%인 100만여명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 확인을 위해 운전면허증, 여권 등의 신분증 제출 외에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안면 인식 기술 등이 주목받는다. 메타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16세 미만을 가려내고 있다고 밝혔지만, 규제 우회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줄리 인먼 그랜트 e세이프티 위원장은 호주의 조치가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전 세계적 움직임에서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