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K-배터리 ‘구동모터’ 전쟁 시작...삼성·LG·현대 전력전자 패권 실체
전기차 배터리 이후 전쟁터는, '모터와 인버터'
[이슈밸리=산업분석팀] 전기차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배터리 중심 경쟁 구도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제조사들이 주목하는 진짜 승부처는 효율·비용·주행거리를 동시에 좌우하는 구동모터와 인버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전력전자 체계다.
글로벌 시장조사에 따르면 구동모터·인버터 시장은 2030년대 중반까지 최소 세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자동차 전력전자 전체 시장은 2036년 42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정확한 방향은 해외 전문가의 목소리에서 더욱 드러난다. 전력반도체 강자인 온세미의 미스터날 다스(Mrinal Das)는 “인버터의 효율은 이미 99%에 근접했다. 이제 병목은 모터”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이 배터리에서 드라이브 유닛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IDTechEx의 애널리스트 스하오 푸(Shihao Fu) 역시 “파워 일렉트로닉스는 전기차 기능의 척추이며, 배터리에서 모터로 흐르는 전력을 관리하는 핵심”이라고 밝히며 전력전자 패권이 전기차 성능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K-배터리’가 1막이었다면, 한국 산업이 맞게 될 다음 장은 구동모터·인버터·전력전자라는 거대한 시장의 2막이다.
구동 모터는 전기차의 엔진에 해당하며,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를 자동차를 움직이는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는 핵심 부품이다. 구동 모터 시스템은 모터, 감속기, 인버터로 구성된다.
◆ 현대·LG·삼성 동시 몸 던진 이유...구동모터 산업 중심으로 이동 전망
현대차는 이미 고성능 전기차에 SiC 기반 인버터를 적용하며 프리미엄 전동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외부 파트너와 함께 듀얼 전동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며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통합한 e-드라이브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도 병행하고 있어, 2026년 이후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은 배터리보다 전력전자 내재화 능력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LG는 구동모터 전쟁의 또 다른 축이다. LG Magna e-Powertrain은 모터·인버터·온보드 차저를 아우르는 드라이브 유닛 전문 기업으로 이미 북미와 유럽 OEM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전자의 전장 부품, 그리고 LG Magna의 e-파워트레인이 하나의 벡터로 움직이면서 LG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전체를 제공하는 사실상의 ‘구동계 시스템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은 방식이 다르지만 스택의 중요한 지점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고급화에 집중하는 한편,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파워 인덕터·패키지 기판 등 인버터·컨버터의 핵심 수동소자를 공급하며 전력전자 체인의 필수 부품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은 배터리와 전력전자 부품의 양 끝을 쥐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력반도체나 통합 파워모듈까지 확장할 경우 ‘K-전력전자 생태계’의 중심에 올라설 수 있다.
◆ 2026~2030 한국 산업의 진짜 기회, 구동모터·전력전자 2막 열리나
배터리 산업은 성숙하며 단가 경쟁에 갇히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반면 구동모터와 인버터는 설계, 소재, 전력반도체, 제어 알고리즘의 차이가 곧 성능과 원가 차이로 이어지는 미개척 고부가 영역이다.
글로벌 OEM이 3-in-1, 5-in-1 통합 e-드라이브로 급속히 전환하는 지금, 한국 기업은 배터리에서 시작된 전기차 주도권을 전력전자까지 확장할 드문 기회를 가진 상태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의 완성차-배터리-모터-인버터 풀스택 내재화 속도는 매우 빠르고, SiC 전력반도체 공급망의 변동성과 열(thermal) 관리 기술은 2026년 이후 경쟁력을 가르는 또 다른 변수다.
그러나 현대·LG·삼성 세 축이 각각의 방식으로 드라이브 유닛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 산업은 배터리 이상의 확장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전쟁이 잦아드는 순간, 전기차의 심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구동모터와 인버터가 K-배터리 스토리의 다음 왕좌로 떠오르는 흐름이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전력전자까지 장악할 수 있다면, 전기차 패권은 다시 한국으로 기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 전기차 산업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 진짜 싸움은 ‘전력 저장 → 전력 변환 → 구동 효율’이 얼마나 슬림하고 스마트하게 연결되느냐가 좌우한다”면서 “즉, 배터리-모터-인버터-제어 시스템 전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회사가 다음 세대 EV의 핵심 공급자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