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올해 17명 사형 집행...2003년 이후 최다

2025-12-04     임정은 기자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싱가포르가 올해 마약 및 살인 범죄로 1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며 2003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주 이틀 동안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싱가포르인 2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의 지속적인 비판에도 사형 집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과 국제 인권 단체는 사형 제도가 범죄를 예방할 효과적 대책이 아니라며 싱가포르 정부에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형 집행이 잠정 중단됐으나 2022년 3월부터 재개돼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사형된 9명 가운데 8명이 마약 관련 범죄자였을 정도로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

싱가포르에는 디아모르핀(헤로인) 15g 이상, 코카인 30g 이상, 메스암페타민 250g 이상, 대마초 500g 이상을 밀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형이 선고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마약 단속법이 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지난주 사형된 수감자들이 "법률에 따른 완전한 절차를 보장받았으며, 싱가포르 법체계에 따라 형이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내무부는 사형을 선고받은 수감자가 항소 등 모든 법적 절차를 사용해야 이후 사형 집행 일정이 확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주재 유럽 연합(EU) 대표부와 EU 회원국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사형 집행이 "유감"이라며 마약 범죄에 대한 사형 선고는 국제법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싱가포르가 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사형 집행 유예를 시행하고 폐지로 나아가도록 촉구하며 사형의 보편적 폐지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시민단체들 역시 사형제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명의 싱가포르 활동가는 사형 제도가 생명권과 법 앞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싱가포르 법원은 이 소송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사형제 위헌 소송을 낸 현지 시민단체는 "법원이 판단하면 남성 3명과 과거에 사형된 모든 이들이 부당하게 처형됐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활동가 단체인 '변혁적 정의 집단'(TJC)은 싱가포르가 마약 범죄로 사형을 집행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싱가포르의 야만적인 마약 통제 체제는 세계 무대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당국은 사형제가 아시아에서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며 살인이나 마약 등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사형을 선고한다고 맞서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형 제도가 동남아시아 지역 전체의 심각한 문제인 마약 범죄에 대한 필수적인 억제 수단이며 이를 폐지하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집행된 사형은 1518건으로 2023년보다 32%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이란이 97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도 지난해에는 25건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13개국이며, 법적으로 사형제를 허용하거나 실제 집행을 하는 국가는 50여개국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