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체제 확정… 빅테크와 거래소는 ‘재배치’

2025-12-01     이슈밸리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 51% 지분 보유 컨소시엄으로 잠정 확정하면서 시장의 힘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인데, 금융위와 한국은행, 은행 간 어느 정도 조율은 끝난 것 같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강 의원은 "정부에서 마련하는 법안들에 대한 뼈대를 빨리 줘야 국회에서 논의할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안을) 12월 10일까지 달라고 했다. 만약 공유해주지 않으면 간사가 주도해 (국회에서) 입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구상은 결국 ‘디지털 자산=금융정책의 연장’이라는 신호로, 발행 권한을 민간 플랫폼과 독립 거래소가 아닌 전통 은행 중심으로 회수하겠다는 결정에 가깝다.

은행이 발행하면 신뢰와 준비금 규제가 수월해지는 대신, 네이버나 두나무 같은 기술 기업은 발행자에서 사용처·인프라 제공자로 역할이 바뀐다. 이 구도를 읽을 수 있는 첫 번째 단서는 최근 네이버와 두나무의 인사다. 두 회사 모두 규제 대응·금융 협력·기관 파트너십을 총괄하는 인물을 전면 배치했고, 두나무는 준법·컴플라이언스 라인을 강화했으며 네이버는 결제·페이먼트 부문을 확대했다.

정책 기조가 ‘은행 중심-테크 결합’으로 굳어지는 순간,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시작한 곳이 네이버와 두나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 네이버는 결제 생태계 확장, 두나무는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쥔다는 것은 곧 테크 플랫폼이 가져갈 몫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원화를 직접 코인화해 발행하는 길은 사실상 막히지만,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채널이 될 수 있다. 지갑, 정산, 커머스 연동 등 실생활 결제 영역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더욱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는다. 발행은 어렵지만 거래·수탁·정산 인프라 제공자로의 전환은 가능하다. 은행 컨소시엄이 스테이블코인을 내놓을 때, 실시간 거래·교환·인출 체계를 제공할 민간 파트너는 결국 대형 거래소다. 두나무의 최근 인사는 “은행과의 협력구도에 맞춘 정책적 재배치”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제 시장은 발행보다 사용처·인프라·거래 구조를 누가 장악하느냐로 승부가 이동하고 있다.

◆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연합의 등장… 금융ㆍ테크ㆍ거래소 3자 구조로 재편

정부안이 연내 나온다면 KB·신한·하나·우리 등 대형 금융그룹은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형 원화 스테이블코인(KW Stablecoin)’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테크 플랫폼과 두나무 같은 거래소가 결합하면 한국 고유의 3자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구조는 은행은 발행과 준비금 관리, 플랫폼은 사용처·지갑 인프라, 거래소는 거래·수탁·청산을 맡게 되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와 두나무의 리더십 변화는 바로 이 체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부가 발행권을 은행에 넘긴 이유는 명확하다. 신뢰·감독·준비금이라는 관점에서 은행 체제가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 디지털 금융 생태계는 “기술이 만든 시장을 금융이 수렴하고, 다시 기술이 확장하는” 구조로 다시 짜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블록체인 정책 관계자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은 미국보다 은행 중심 모델에 더 가깝다”면서 “발행은 은행이 맡고, 생태계는 테크 기업이 확장하는 방식이 아시아권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디지털금융 구조 전문가 역시 “네이버와 두나무의 최근 인사는 분명 ‘정책 중심축 변화’를 읽은 결과 같다”면서 “은행이 발행권을 가져가면, 거래소와 테크는 인프라·사용처 경쟁으로 방향이 바뀐다. 한국형 모델은 금융-테크-거래소의 협력 구조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