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뜬금없이 F-16E/F 판매’...미국 입김?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5세대 전투기 F-35A를 판매하기로 한 가운데 UAE가 그리스에 F-16E/F를 판매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디펜스월드(아마존 선정 세계1 위 군사 전문 매거진)에 따르면 UAE는 F-35A 전투기 확보가 예상됨에 따라 주력 전투기였던 F-16E/F 중 일부를 그리스에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신문은 UAE가 그리스에 F-16E/F를 판매하려는 배경엔 중동·지중해 리비아 지역에서 경제·군사적 영향력 확장을 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AE는 그동안 터키와의 전투에서 고립돼 있던 리비아국민군(LNA) 칼라파 하프타르 민병대를 돕고 있었다. 즉 그리스와 갈등이 커지고 있는 터키를 견제하고 리비아 하프타르를 돕기 위해 그리스 항공전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스는 터키와 동지중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문제로 군사적 분쟁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에게해 상공과 동지중해 상공에서 양국 항공전력이 불균형하다는 점이다.
그리스 공군이나 터키 공군 모두 미국 전투기 F-16C/D(그리스 153대/터키 245대)가 사실상의 주력 전투기인 상황에서 그리스는 총 226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터키 공군은 총 293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리스가 보유한 F-16C/D 전투기 스펙이 터키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공군의 F-16C/D는 Block 30~Block 52+가 혼재된 상황이지만 터키 공군의 F-16C/D는 업그레이드에 따라 Block 50+로 통일돼 있고,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치를 통합하는 업그레이드 계획도 진행하고 있어 양국의 항공 전력에는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미국의 입김 때문이란 관측이다. UAE가 뜬금없이 그리스에 F-16E/F를 판매하려는 것은 최근 미국과 터키가 러시아 S-400 배치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터키를 견제하려는 시각이다.
당초 UAE는 그리스에 F-16E/F를 판매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UAE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F-35A 12대(추정)를 구매하게 되면서 미국과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추측이다. 또한 국토가 비좁은 UAE로서는 F-35A를 확보하는 마당에 굳이 80대에 이르는 F-16E/F가 필요 없는 것도 이유란 분석된다.
그리스는 자국이 보유 중인 F-16C/D의 약 절반(84대)을 Block70(일명 V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그리스가 보유한 F-16C/D가 Block70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는 것은 2027년 무렵으로 6년간 항공전력이 터키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만약 UAE가 그리스에 F-16E/F(Block60/62)를 판매할 경우 그 불균형을 메울 수 있게 된다.
UAE 정부는 "국방과 군사분야에서 UAE와 그리스 간 협력과 공동행동을 강화하고 군사조율과 교차방문을 가속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아무튼 UAE와 그리스 관계, 그리스와 터키 갈등, 리비아의 상황, 미국과 터키와 갈등 등 중동·지중해 정세가 갈수록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고 그 중심엔 터키가 있다. 향후 터키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 지역이 화약고가 될지 평화가 찾아올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