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의사들 군사작전 수행 출신 군인들 비판
믿었던 EU 회원국들 이탈리아 수출제한 뒤통수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이탈리아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 라스탬파가 최근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파견된 러시아군의 지원이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러시아군 파견은 코로나19에 대한 지원을 가장한 군사정찰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손길도 절실히 필요한 이탈리아에서 왜 러시아를 비판한 것일까?
29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과학기술시스템센터(CSSE)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만 7689명, 사망자 1만 779명으로 의료체계 자체가 완전 붕괴한 상태다.
이탈리아 곳곳에는 병원과 의료진이 부족하고 사망자가 넘쳐나 장례식을 치를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0명의 군의관 및 감염 전문가, 600대의 인공호흡기, 이동검사실, 소독 차량, 마스크, 검사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라스탬파는 러시아가 이탈리아에 들여온 구호 물품 대부분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NATO 회원국인 이탈리아 영토를 자유롭게 러시아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오히려 러시아의 지원이 이탈리아에 러시아 병사를 보내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라스템파는 모스크바에서 파견된 100명의 전문가들은 군인 의사들이고 이들은 당연히 러시아 보건부가 아닌 러시아 국방부 소속이라고 전했다. 그들은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했던 장군, 대령, 중령 출신 들이며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임무의 수장인 세르게이 키코트는 탄저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또 신문은 러시아의 원조를 받아들인 이탈리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원조에는 몇 가지 조건, 가령 이 원조를 빌미로 이탈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등이 붙어 있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연립정권은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러시아도 이탈리아에 유럽 전체와의 관계 개선을 중개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공산권인 러시아와 중국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런데 라스탬파가 진짜 화가 난 이유는 러시아의 원조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이웃 유럽 동맹국이나 EU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초 이탈리아 정부는 같은 유럽 국가들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이달 초 EU에 의료기기와 의약품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EU 회원국 중 이탈리아의 요청에 손을 들어준 나라는 한 곳도 없고 오히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마스크 등 의약품 수출에 제한을 가하는 바람에 이탈리아 의료체계의 붕괴가 빨라졌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전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EU는 어려움에 부닥친 이탈리아를 실질적으로 고립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무슨 말일까.
앞서 AP통신과 스카이뉴스 등은 모든 EU 국가에서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회원국들이 의료와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두 차례 회원국 동영상 회의를 마친 후 “이탈리아 시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신속하고 강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레이엔 EU 집행위원장도 75억 유로 규모의 투자 펀드를 통해 보건 체계를 보강하고 이탈리아 중소기업과 노동시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U 지도자들에게 조속한 부양책을 촉구했으나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이 문제를 위한 토론 제의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EU 회원국 대부분 국가에서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 아닐까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사태가 진정되면 이탈리아와 EU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지리라 전망한다.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가 가려진다는 말이 이럴때 사용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