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사설] 군인들이 민간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3급 기밀 사항인 암구호(아군과 적군 식별 신호)를 담보로 맡긴 사실이 알려져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대북 첩보요원 명단이 중국으로 통째로 유출되었고 휴전선 등 군 주요시설에 설치된 CCTV가 중국 제품이라는 사실이 10년만에 드러나면서 1300여 대가 긴급 철거되는 등 기밀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에서 이런저런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군·검경 등에 따르면 암구호를 넘긴 군인들은 사채업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동산이나 부동산과 같은 담보 대신 암구호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과연 어느 쪽이 담보 성격의 암구호 공유 제한을 먼저 했는지, 여부다.
통상 군인들이 대출을 실행할 때, 담보로 암구호를 넘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아울러 사채업자들도 일상에 담보 가치가 전혀 없는 암구호를 왜 굳이 받으려 했는지 의구심이 간다.
군과 검경은 사채업자들이 암구호를 입수한 동기가 미심쩍다고 보고 민간인의 군부대 출입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채업자들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대출을 하려는 군인들에게 접근해 암구호를 담보로 받으려 했다면 이는 단순 사건이 아닌 군 시스템 전복을 노리려는 중대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암구호는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3급 비밀 이상의 중요도와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암구호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북 첩보 요원 리스트 유출이나, 이번 암구호 담보 사건도 심각하지만, 휴전선 일대와 군부대 주요 시설에 설치됐던 CCTV가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이란 것을 10년이나 지나서 파악한 사건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납품업체는 중국산 CCTV를 국산이라고 속여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 납품한 CCTV에만 악성코드 노출 우려가 있는 중국 IP가 심겨 있었다고 한다. CCTV에 찍힌 영상이 중국의 특정 서버로 연결돼 유출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군은 "실제 유출된 정보는 없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설치된 CCTV 데이터가 중국이나 북한으로 유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군납품 조달 방식이 얼마나 허술하면 중국산과 국산을 가리지 못해 이러한 사달이 일어날까.
수사당국은 왜 중국산 CCTV가 국산으로 둔갑해, 납품됐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정말 유출된 데이터는 없는지,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현미경 보듯 수사를 해야 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CCTV가 중국산이 아닌 미국이나 영국, 독일 제품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정보와 기밀을 빼 내가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 내 군사기지나 미사일 격납고 인근에 있는 통신기지국에 설치된 자사 장비를 통해 민감한 정보를 수집, 중국 본토에 전달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았는데
미 정부 조사 결과, 이 같은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이처럼 우리 입장에서도 군 출입 통제 보안장치들, 출입증 단말기, 군용 드론에 중국 부품이 들어갔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민간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직 임원을 오랜 기간 빼돌려 자신의 반도체 공장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 중국이다.
앞으로도 중국과 온전한 수출입 거래를 지속해야겠지만, 군사 안보와 민간 첨단기술 분야만큼은 중국 측에서 우리 기밀정보와 우수 인력을 빼 내가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 역시 남한 각 분야에서 암약(暗躍)하는 간첩을 통해 우리 군의 중요 정보를 빼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지혜롭게 전개해야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최근 연이은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을 국가 안보에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군 자체 보안 강화는 물론 민관군에 대한 안보 의식 강화 및 교육훈련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미래는 정보가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