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사설] 온 나라가 사람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유포하는 '딥페이크' 때문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딥페이크 피해 대상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은 물론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최근 커뮤니티에 퍼진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목록’엔 전국 초·중·고교 400여 곳의 이름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영상 범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로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는 131명(73.6%)에 달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 교육부처, 수사당국은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당정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처벌 수위를 현행 5년에서 최대 7년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듯 현재 모든 초점은 딥페이크로 쏠려있지만, 이러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유통되는 텔레그램을 더 주목해야 한다. 몇 해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던 N번방 사건도 텔레그램으로 시작됐다.
러시아인들이 만든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비밀 채팅 기능으로 보안성이 뛰어나 수사기관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텔레그램은 한때 독재 국가 만행을 폭로하는데 비밀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 인신매매, 사기,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단체 등 각종 범죄 행위가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변질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프랑스 정부는 지난 26일 각종 범죄 행위와 유해 콘텐츠 방치 혐의로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39)를 긴급 체포했다. 이는 텔레그램이 다른 포털 및 SNS와 달리 유해 콘텐츠 필터링, 통제 자체가 스스로 안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정부는 텔레그램측과 핫라인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체 통제도 안 되는 텔레그램에 핫라인을 만든다 한들 근본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한 딥페이크로 인해 우리 미래세대가 큰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다면, 정부는 핫라인 구축 정도가 아닌 텔레그램 접속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별도로 텔레그램 측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현재 방심위와 경찰은 해외 유해물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하루 접속 차단되는 해외 음란물 사이트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하물며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딥페이크 성범죄, 각종 마약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은 국가적 차원에서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단순 핫라인 구축은 답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걸림돌은 있다. 텔레그램을 차단 할 경우, 가장 불편해할 사람이 용산과 여의도 정치인들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텔레그램의 익명성, 보안성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인 대부분은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용되는 SNS를 못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텔레그램을 차단하려면, 정치인들이 먼저 텔레그램 회원 탈퇴를 선언해야 한다. 자신들의 익명성과 편리성 때문에 미래세대 범죄 온상이 되고 있는 텔레레그램을 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핫라인 정도로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예방됐다면,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진작 범죄가 뿌리 뽑혔을 것이다.
무엇이든 변화하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정치인부터 솔선수범을 보이고 텔레그램은 접속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