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박지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전관 업체와의 648억원 규모 계약을 정상 이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LH는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의 철근 누락 발표 시점인 지난 7월 31일 이후 전관 업체와 맺은 11건의 설계·감리용역을 계속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설계 공모 10건(561억원), 감리 용역 1건(87억원) 등 총 648억원 규모다.
앞서 지난 8월 20일 LH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들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닷새 전인 같은 달 15일 원 장관이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전관 업체와의 일괄 계약 취소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LH가 실제로 계약을 백지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계약 취소 업체들이 손해배상에 나설 경우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상금을 잘못 산정할 경우 LH 직원들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LH는 지난 9월 계약 취소가 아닌 '이행 중단'이라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해당 계약 11건은 백지화 발표 당시 심사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치고 체결만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전관 직원이 재직한 것만으로 모든 행정절차가 중단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라 법적인 검토를 거쳐 정상 이행을 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 31일 이후 입찰 공고와 심사 절차를 진행했으나 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설계·감리용역 23건에 대한 공고는 모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