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밸리=권동혁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5대 은행에서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8월 말 보다 8096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9월 증가 폭이 8월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보름 사이 6176억원 불었다.
은행별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연령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을 통한 한도 축소 등이 시작되면서 증가세는 지난달보다 다소 둔화했지만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은 3445억원 늘었다. 만약 월말까지 증가세가 유지되면 2021년 1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반등하게 된다.
5대 시중은행의 흐름으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9월까지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증가 폭은 2021년 7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인기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0년 만기 상품의 대출 잔액은 3조9749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1739억원 더 늘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당국이 공식 규제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미 이달 1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를 줄여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같은 방향으로 기준을 바꿨고 하나은행은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줄여 사실상 50년 만기 상품을 없앴지만 앞으로 대출 축소 효과가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앞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보다 낮은 '역전세'가 급증하면서 모자란 보증금을 메우려는 집주인의 대출이 올해 하반기 이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도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8월 7255억원으로 54%나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