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청소년 아파도 병원 못 가는 시대 왔다
상태바
[사설] 어린이·청소년 아파도 병원 못 가는 시대 왔다
  • 이슈밸리
  • 승인 2022.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이슈밸리=사설] 수도권 일부 대형 종합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소아과 붕괴’가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이 야간 응급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전공의가 부족해 치료를 못 받는 사태가 우려된다. 

인천의 대형 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입원 환자와 응급환자를 주로 돌봐야 할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한 명뿐이라 더는 입원 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전남대·전북대·제주대 등 대학병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세 병원의 소아과·내과·외과·산부인과 등 4개 필수 의료과 전공의 정원이 모두 미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부족이 두드러졌는데 호남권 대학병원 세 곳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정원 대비 3분의 1, 산부인과 전공의는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병원들이 요구하는 207명의 15.9%에 불과한 3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의 ‘빅5’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미달이었고, 세브란스병원은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빅5’가 이정도이니 나머지 종합병원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소아청소년과 붕괴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신생아 급감, 건강보험 수가와 비급여 수익이 낮고, 마스크 일상화로 어린이·청소년 코로나19 환자 급감, 어린이·청소년 의료사고 책임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여타 분야보다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쯤 되면 윤석열 정부는 의료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찬찬히 따져야 한다. 전공의에게 의료적 사명감만 주입할 상황은 아니다.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말했듯이 어린이·청소년을 다루는 소아·청소년과는 여타 의료분야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일반 시민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안정원(유연석 분)이 연기한 모습을 통해 어렴풋이 소아·청소년과의 애로사항을 알게 됐지만, 현장의 고충은 TV 속 화면과 비교가 안 된다고 하소연 한다.    

올해 수능 수시·정시에서도 가장 높은 과는 의예과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곳의 경쟁률은 매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는 의예과 정원도 늘렸다. 그런데 정작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가 없어서 쩔쩔맬 정도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해외 토픽감이다. 

정부는 문재인 의료 케어를 뜯어고치기에 앞서 소아·청소년과에서 전공의가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의료 수가 전면 재조정과 다양한 혜택 및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린이·청소년이 아파 병원 갈 곳이 없다면 이 나라의 미래도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