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이태원 참사 현장 “모두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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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이태원 참사 현장 “모두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 이슈밸리
  • 승인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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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현장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이슈밸리)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가려다가 이태원 사고 현장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회사가 있는 교대에서 이태원까지는 30여 분 거리였다. 점심을 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거워 사고 현장에 들러야겠다고 결심했다. 3호선을 타고 약수에서 내려 이태원 방향 6호선으로 갈아탔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심란했다. 걸으면서도 울컥울컥 했다. 입시생 2명을 둔 부모로서 “만약 우리 아이들이 저 현장에 있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여러 번 생각했다. 희생자들 부모 마음을 결코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 침통한 심정이 어느 정도 전달됐다. 그래서 생각할수록 마음이 울컥했던 것이다. 

6호선 이태원역의 에스컬레이터 경사도는 상당했다. 눈으로 대강 30~40도로 보였다. 9호선 신논현역과 2호선 이대역 경사도와 비슷해 위험해 보였다. 가만히 서 있으면 휘청했다. 지난달 29일 이 역 에스컬레이터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을 것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슈밸리)

 

사고가 발생한 골목으로 연결된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역사 직원이 막고 서 있었다. 2번 출구로 나왔다. 건널목 건너 1번 출구로 걸어갔다. 이미 수백 명의 인파가 역 주위를 둘러쌌고 모두 그날의 아픔을 추모하고 있었다. 역 주변에는 수북이 국화꽃과 향,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다양한 방식이었다. 

수백 명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지만 모두 침묵했다. 가슴으로 울고 있었고, 울음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기자도 그러했다. 다수의 외국인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한 외국인이 인파 사이를 비집고 국화꽃 사이에 불을 지핀 향을 가지런히 놓았다. 그는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방향을 돌려 당시의 참사 현장으로 걸어갔다. 경찰들이 길을 막아섰고 기자 신분을 밝히고 사진 촬영을 했다. 영어와 프랑스, 일본어를 사용하는 각국의 특파원들이 국내 기자들과 함께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비좁았다. 참사가 난 골목은 뉴스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좁아 보였다. 골목의 폭은 3.2~5m, 길이는 50m가량이다.

전문가들은 800명 정도만 양방향 통행해도 압사 위험이 커진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골목 (사진=이슈밸리)

 

그런데 그날 이 좁은 골목에 셀수 없는 인파들이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다. 희생자 다수는 선 채로 압사를 당했다고 한다. 아비규환이 됐을 골목을 한참을 쳐다봤다. 마음이 아프고 저려 왔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때도 이런 마음이었다. 

갓난아이를 성인으로 키우기까지 모든 부모는 참으로 많은 헌신과 노력을 한다. 1~2 자녀 세대, 요즘 부모는 자녀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자녀도 학교나 교육·신앙 기관을 통해 지성과 인성을 길러낸다. 그리고 몸은 계속 성장한다. 

귀하게 자랐을 156명의 자녀들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아직도 병원 곳곳에서는 생사를 다투는 사상자들이 많이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슈밸리)

 

일부에서는 이번 참사를 놓고 젊은이들을 탓하기도 한다. 서양 핼로윈 축제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직 우리의 자녀들의 행동을 포용하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도 웃어른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정부는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을 놓고 당일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듯하다. 여러 번 참사 경고를 했는데도 보고를 묵살 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총 15명 규모의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용산서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특별감찰팀은 먼저 핼러윈을 앞둔 이태원 일대 경찰 병력 운영 계획 등 사전대비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따질 계획인데 우선 신고 접수부터 중요사항 전파·보고, 관리자 판단·조치, 현장 부서 대응 등에 이르는 현장 대응 과정의 적정성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감찰 대상은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의사결정과 실행 단계에 관여한 지휘계통 전원이다.

세월호 참사 8년 만에 벌어진 또 다른 대형참사, 한번 일어나면 후진국 수준으로 수백 명이 희생되는 대한민국. 전 세계가 이 나라의 여러 발전을 주목하는데 가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사고가 불쑥불쑥 일어나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 

집을 나서는 자녀에게 신신당부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그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 그리고 신께 기도한다. “모두를 위로하고 치료하고 지켜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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