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았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제 불황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해 3.00%가 됐다.
기준금리가 3%대가 된 것은 10년 전인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역대 최초 기록이다.
금통위가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이날 0.50%p 인상한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든 데다가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9월 4.2%로 2개월째 내림세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석 달 연속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빅 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빅 스텝 직전까지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최대 0.75%p였다.
만약 이날 금통위가 베이비스텝(0.25%p 인상)만 밟았다면, 11월 초 연준이 예상대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1.25%p(미국 3.75∼4.00%·한국 2.75%)까지 커질 수 있었다.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인상될 경우 국내 외화는 물밀 듯 빠져나갈 우려가 생긴다.
1.25%p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 1.50%p)에 근접한 수준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을 지키려면 금리를 0.50%p 정도는 충분히 올려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한미 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환율을 방어할 수 있고 물가 안정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등은 물가 상승률이 가을 즈음 정점을 지나더라도 그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그런 흐름이고,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빅 스텝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