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사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첫 시정 연설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 및 경제 안보 협력을 위해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 연설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취임 엿새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회에 알리며 경제위기, 국가안보위기, 오는 21일 한미정상 회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회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추경안 조속 통과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소상공인의 온전한 손실보상과 방역 및 의료체계 전환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보다 주목받은 것은 그의 악수 세례였다.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윤 대통령은 회의장 정문 앞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악수를 했다. 통상적인 모습인 줄 알았더니,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을 구석구석 찾아가 고개를 연신 숙이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 다소 낯선 풍경이었다. 애초 연설 시간도 당연히 지연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시정 연설에 앞서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 통로 좌우에 도열 해 있는 소속 정당 의원들하고만 악수하는 게 관례였다. 연설을 마친 후에도 왔던 길로 빠져나가기 바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러한 관례를 깨고 입장할 때와 연설 끝난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부터 찾아가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변화는 고리타분했던 대한민국 정치에 변화를 예고했다. TV를 시청한 국민 눈에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행동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대통령이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하는 것을 싫어할 야당 국회의원은 없다.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여러 차례 박수를 보냈고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빠져나갈 때 기립했다.
취임 일주일밖에 안 된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이전 이후 매일 아침 출입 기자들과 소통하고 주변 경로당과 어린이집을 찾았다. 주말에는 재래시장에 들러 떡볶이와 순대를 샀고 백화점에 들러 구두를 샀다. 대통령 비서실은 윤 대통령의 주말 일정을 몰랐다고 한다.
대통령의 이런 두문불출 행동에 대통령실 경호처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대통령이야 재밌을지 모르지만, 경호에 큰 구멍이 뚫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재래시장-백화점 방문 같은 행보는 앞으로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찌 됐건 이러한 윤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행보는 국민으로선 대단히 반길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 골칫거리인 국회, 정치문제가 윤 대통령의 노력으로 서서히 변화된다면 이처럼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나. 다만, 최고 권력자의 마음은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이런 초심의 자세가 집권 5년간 흔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