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단상] 아빠들이 슈퍼맨 되는 날
상태바
[봄날의 단상] 아빠들이 슈퍼맨 되는 날
  • 이슈밸리
  • 승인 2022.0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윤대우 선임기자] 아빠들이 슈퍼맨으로 변신할 때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 되면 퇴근한 아빠들이 하나둘씩 양손에 박스.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봉투 등을 여러 개 덕지덕지 안고 분리수거 현장으로 나온다. 남자들 습성상 여러 번 나눠서 일하기보단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분리수거 시간대, 엘리베이터 안에는 양손이 무거운 아빠들로 가득하다. 덩치 큰 아빠들이 분리수거 용품들까지 들고 있으니 엘리베이터 안은 늘 비좁다. 인사도 묵례도 거의 없지만, 이들의 분명한 목표는 “빨리 분리수거 완료하고 철수하자”이다.  

분리수거장에서 다소 먼 곳에 사는 아빠들은 지축을 울리는 요란한 수레를 끌고 현장에 등장한다. 수레에는 다보탑을 연상케 하는 박스들로 겹겹이 쌓여있다. 비대면 시대, 배달주문의 흔적들이다. 

막상 분리수거 시간은 짧다. 분리수거장까지 가져나오는 길이 험난하지, 아빠들의 손놀림, 일 처리 속도는 눈깜짝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미 분리수거의 난해함을 20대 청춘에 경험해 봤다. 일을 마치면 희열 아닌 짧은 뿌듯함이 있긴 하다. 나만 이럴까. 

요즘에는 날씨도 좋고, 봄 경치도 좋아, 분리수거 이후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한다. 철쭉, 진달래, 개나리가 활짝 폈다. 일부 슈퍼맨 아빠들은 못 폈던 담배를 연신 입에 문다. 

다들 일과를 마무리하며 찾는 잠시의 여유다. 운동하든, 담배를 물었던 집에 들어가면 설거지, 빨래, 육아 등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린다. 아버지 세대처럼 편히 TV 보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세상 밖 지위와 권력, 명예는 잠시 뒤로하고 집에 들어가면 모든 아빠가 비슷한 일상을 살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 어쩌면 용산으로 이사 준비를 하려는 그분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예능프로에 몇 번 나온 그분 집에는 강아지가 많던데, 반려견을 키우는 아빠들의 할 일은 배가 된다. 먹이 주기, 산책, 응가 마무리 등이다. 이는 반려견의 크기와 마릿수에 또한 비례한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대한민국 아빠들의 한가한 소리다. 저 멀리 우크라이나 아빠들은 어떨까. 가족을 지키려, 나라를 지키려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샐 것이며, 수북하게 난 수염을 깎는 호사는 어려울 것이다. 수도가 끊겨 샤워와 세수는 꿈도 못 꾼다고 들었다.  

잠이라도 한번 푹 자고 싶을 텐데 매일 밤 들리는 포성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나라와 가족을 지키는 진정한 슈퍼맨들이다.  

대한민국이나 우크라이나 아빠들이나 가족을 지키고 헌신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처한 현실과 상황에 따라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총을 들든, 분리수거 용품을 들던 그들 모두는 우리의 슈퍼맨들이다. 전쟁 속 죽음의 사선을 넘나들고, 직장과 사업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고민, 상처를 가슴에 묻어두고 견디고 또 견딘다. 이러한 모든 것을 견디는 힘은 가족 때문이다. 부모, 아내, 자녀 생각에 참고 견디는 것이다. 모든 아빠에게 찬란한 봄날이 펼쳐지길 소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