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窓] 젤렌스키, 국회 화상 연설 안타까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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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窓] 젤렌스키, 국회 화상 연설 안타까웠던 이유
  • 이슈밸리
  • 승인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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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출처=우크라이나 정부 SN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출처=우크라이나 정부 SNS)

 


[이슈밸리=윤대우 선임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한다고 했을 때, 국회 본 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나보다 했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화상 연설을 한다고 속보가 뜨자,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봤다. 물론 본 회의장은 아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장에서는 상·하양원 자리가 꽉 찼고 일본은 국회의원 500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예의·응원·지지로 보였다. 

반면 우리 국회의 젤렌스키 대통령 화상 연설장 뒷자리는 텅텅 비었다. TV 화면에 간혹 비친 의원들의 모습은 지루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촬영 기자가 일부러 꼭 찝어 찍으려 한 게 아니라 대부분 의원들 표정이 그랬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짧은 수초의 영상이었지만 그날의 분위기를 대충 감지 할 수 있었다. 이날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50명만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안 온 사람보다는 참석이라도 한 이들이 훨씬 낫다. 

이런 대단하신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으로 검찰의 수사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남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참여연대·경실련·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지지 세력조차 반대해도 내 갈 길 간다는 ‘쌈마웨이’다.  

모든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경찰은 내부에서 혼란 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수사 일손도 모자란 판에 다루기 힘든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 오너들이 대상이 될 6대 범죄 수사를 어떻게 맡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이 사라진다면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  

국민의힘은 또 어떤가? 정권 창출에 결정적 도움을 줬던 국민의당의 은혜를 잊은 듯하다. 양당이 어렵게 합당하고 당장 6월 지방선거 때문에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갈등 표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 대표는 성 상납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우리나라 발전의 최대 발목은 정치 분야다. 경제·사회·문화·군사·외교·교육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데 유독 정치는 4류 아니 5류가 됐으며 고려, 조선 시대 당파싸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러니하게 뉴스를 틀면 정치 이야기가 절반이고 정치인들은 매일 언론으로부터 비난·질타를 받는데 변화는 더디다. 세계 8대 불가사리다. 비판에 대한 변화는 없고 내공만 겹겹이 쌓이는 듯하다. 

“사느냐, 죽느냐” 문제가 걸린 젤렌스키와 각종 특권으로 둘러싸인 한국 국회의원들과는 마음 자세부터가 다르다. 화상 연설 회의장이 텅텅 비었던 것도, 지루한 표정 일색인 것도 의원들에게 그 어떤 간절함이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대한민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공천, 지역구, 후원금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는 것 같다. 물론 열심히 하는 의원들도 있음을 인정한다.  

더 놀랄 일은 우리나라 신·구 정치세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한국에 대공 무기체계 지원을 요청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살상무기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우리의 안보 상황과 군의 군사대비태세의 영향성 등을 고려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체계 지원은 제한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며 사실상 거절 입장을 전달했다.

문제는 북한, 중국, 러시아 눈치 잘 보는 문재인 정부야 그렇다 하더라도 윤석열 당선인조차 이러한 입장을 취할 줄은 몰랐다.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무기 지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현 정부에서 10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 지원을 했고, 그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때문에 무기 지원을 못 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러시아는 이미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미국, 영국, 유럽현합(EU) 등과 함께 비 우호 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각종 제재가 예상된 상황에서 한국이 굳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두려워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외신은 한국의 이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연하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이렇듯,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은 정치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목숨 내놓고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자기 사람, 자기 진영만을 보호하기 위한 검찰 무력화를 당장 멈춰야 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뒤통수 치는 일, 배신은 그만뒀으면 한다. 정치권에 부탁하는 말이다. 

정치’(政治)에서 ‘정’(政)은 바르다의 ‘正’(정)과 일을 하다 또는 회초리로 치다의 의미인 攵(등글월문=攴)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바르게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정치권의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회초리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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