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단상] 11년 만에 한국 찾은 어느 교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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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단상] 11년 만에 한국 찾은 어느 교포의 말
  • 이슈밸리
  • 승인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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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 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사진출처=이슈밸리)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 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사진출처=이슈밸리)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지금은 캐나다에 사는 한 지인이 11년 만에 고국 땅을 찾았다. 귀국 다음 날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미국과 캐나다 중 어디가 더 살기 좋으냐는 원초적 질문에 그는 “미국이 훨씬 살기 좋다. 다시 미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한국에서 살 마음은 없는 듯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공기(air)는 캐나다가 더 깨끗하지 않나?” 단순한 생각이 스쳤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실제로 재외동포가 많이 살고 있다. 외교부 자료(2021년 기준)에 따르면 ‘교포 다수거주국가’ 순위 중 캐나다는 23만7364명으로 미국(263만3777명), 중국, 일본 다음 4위로 조사됐다. 미국보다는 한참 모자랐지만 살기 좋다는 호주(15만8103명), 영국(3만6690명), 싱가포르(2만983명)보다는 많았다. 미국에 다시 살고 싶은 이유를 물으니 물가와 날씨를 들었다. 

그는 캐나다에 와서 가장 놀란 게 물가라며 미국보다 모든 게 비싸다고 토로했다. 월마트와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은 미국과 같은데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물건값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캐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미국 달러와 거의 1 대 1로 환율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11일 기준, 캐나다 달러/환율은 1달러당 975원, 미국 달러/환율은 1달러당 1228원) 과거 캐나다의 달러 가치가 낮았을 때는 미국인들이 캐나다 국경을 넘어와 여행하고 돈을 펑펑 썼는데 지금은 그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지인은 최근 기름값 때문에 난처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기름값이 폭등한 것은 미국, 캐나다 매한가지인데, 문제는 미국은 주마다 붙는 세금이 평균 7% 안팎이라면 캐나다는 주세와 따로 연방세를 합해 15%가 붙는다고 했다. 

캐나다의 추운 날씨도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의 온화한 기후에 살다가 체감온도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는 동부 퀘벡 주로 이사를 했으니 말은 다한 셈이다. 특히 잦은 폭설로 캐나다의 도록 폭은 왕복 4차선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도로가 넓으면 제설작업이 힘들다는 이유다. 출·퇴근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고 했다. 

※ 참고로 이 글은 교포 한 사람의 말이 전부인 양,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경계한다. 캐나다는 살기 좋은 곳이다.    

일주일 지나 지인과 다시 식사했다. 그는 대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유인 즉 “11년 전 한국과 지금이 너무도 변했다. 모든 것이 편리해졌고 빠르고 안전하고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한국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면 굳이 미국, 캐나다에 살 이유가 없다”고 까지 말했다. 나름 원칙주의자였던 그가 불과 일주일 만에 마음이 바뀐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이 뭐가 그리 좋아졌느냐고 물었다. ”가장 편리한 것은 의료시스템, 은행, 식당 이용“을 꼽았다. 건강보험료 적용으로 의료비도 저렴했지만, 의료기술이 아주 좋아져 치과 치료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병원 이용이 잦아질 텐데, 미국-캐나다에선 천문학적 의료비 때문에 병원 이용이 한국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국내은행의 빠른 업무 처리속도도 칭찬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은행 업무 한번 보려면 반나절이 걸린다고 했다. 또 개인 프라이버시가 워낙 강해 금융기관 간 개인 정보 공유가 쉽지 않아 많은 서류를 챙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식당에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만 한국은 스마트폰 하나로 식당 카드결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깔린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것을 사용할 식당과 대중교통 인프라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가 한국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이제 판도가 뒤바뀐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은 안전하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밤늦게 다녀도 누구 한 명 위협하거나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미국, 캐나다는 저녁 6시만 되면 거리에 개미 한 마리 없다고 했다. 필자는 “가족끼리 우애는 깊어지겠다”고 말하면서 “한국도 코로나 영향으로 직장인들이 집으로 일찍 귀가한다”고 반박했다.  

지인이 재반박했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집으로 일찍 돌아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저녁 식사 이후 삶에서 가정에 묶여 있느냐, 밤에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느냐인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저녁 산책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땅덩어리는 넓고 여유 공간은 넘쳐 나지만 저녁만 되면 창살 없는 감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인의 설명을 쭉 듣다 보니 어깨가 움찔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됐구나” 

그는 자신의 일식당에서 근무하는 캐나다 현지 학생들의 경험담을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어를 떠듬떠듬하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던 그들이 이제는 “안녕하세요” 정도가 아니라 한국말을 스스로 터득해 자연스럽게 말을 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도 한국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들은 매일 BTS, 오징어 게임, 한국 영화·드라마 K뷰티, K푸드 이야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 오디션에 전 세계에서 1만 3000명이 지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어깨의 움찔함을 넘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사고 정치권 싸움 이야기만 줄곧 듣는데 막상 우리가 밟고 숨 쉬는 대한민국이 어느새 살기 좋은 나라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새로 탄생한 정부는 과거 정부의 허물을 캐 내려 하고 과거 정부는 새로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비난한다. 정권이 바뀌면 늘 벌어지는 일상이다. 그런데 역대 정권의 공통점이 있다. 정치이념은 서로 다르긴 했어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너도나도 일하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11년 만에 고국을 찾은 교포 눈에 비친 한국이 그토록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부흥은 정권이 달라도 연속성은 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존중하고 대우하며,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출발에 적극 협력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전 세계 재외동포들이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지금은 개신교에서 말하는 고난주간이고 곧 부활절이 다가온다. 십자가와 부활절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의 용서와 사랑이다. 여·야 정치권이 예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서로 용서하고 화합한다면 대한민국은 더더욱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732만 재외동포의 마음은 더 뿌듯해질 것이다. 아무래도 지인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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