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서 사업 반경이 더욱 넓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12일 재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HDC현산 컨소는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2조4000억원을 써내 경쟁 상대인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위를 점했다.
HDC그룹의 올해 자산규모는 10조5970억원으로 재계 순위 33위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자산규모는 21조6513억원까지 증가해 재계 순위 역시 17위로 단숨에 올라간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룹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아시아나를 인수해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되며, 인수 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HDC현산은 현금성 자산만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이지만, 아시아나항공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59.5%에 달한다. 영업손실도 1169억원이다. 여기에 향후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까지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신주 인수는 2조 이상이 될 것 같다. 2조 이상 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처분할지 전혀 얘기 안 됐다. 앞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항공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인수하면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 부채로 지금까지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았나.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HDC현산의 자본 투입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HDC현산의 본업은 탄탄하나 아시아나항공에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