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넷플릭스’ ‘개승자’ ‘기자 검열’...한 번쯤 생각할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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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넷플릭스’ ‘개승자’ ‘기자 검열’...한 번쯤 생각할 문제 있다
  • 이슈밸리
  • 승인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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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편집=이슈밸리)
(사진편집=이슈밸리)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국장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국장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얼마 전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업계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그의 관심은 온통 넷플릭스였다.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D·P, 오징어 게임, 지옥, 갯마을 차차차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갯마을 차차차’는 그의 회사에서 만든 작품이다. 이 회사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미스터션샤인’ ‘킹덤’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홈’ ‘빈센조’로 대박을 쳤고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갯마을 차차차’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최근에는 제작비 300억을 쏟아부은 ‘지리산’을 방영하고 있다. 

비록 콘텐츠 수익 대부분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지만 이 관계자는 토종 OTT 업체가 만든 국내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를 선도하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대형 OTT 외 중소규모 제작사 드라마 PD·영화감독들에게 제작에 일절 관여 안 하고, 제작비 전액 지원, 망해도 손해는 넷플릭스 전액 부담, 다른 나라에도 플랫폼 제공이란 조건을 제안한다고 한다. 

제작진 입장에선 넷플릭스 제안은 전혀 손해 없는 장사다. 신나게 만들고 망해도 부담 없고 콘텐츠가 뜨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니 말이다. 

넷플릭스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 국내 OTT 업계 분위기를 말하자 이 관계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국내 대부분 OTT 업계가 넷플릭스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회사를 예로 들며 회사 초창기 시절 KBS·MBC 등 공중파 출신 PD들이 대거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겨 창의·자율·진취적 제작 환경에서 서로가 눈치 보지 않고 드라마·예능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회사가 커지면서 본사 임원이 내려왔고 이어 초창기 창의·자율·진취적 제작 환경은 다시 윗사람 눈치 보는 조직문화로 돌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제작 환경에서는 절대 ‘오징어 게임’ ‘D·P’ 같은 작품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연 이 회사만의 문제일까.  

또 다른 지인은 최근 KBS에서 새롭게 선보인 ‘개승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KBS가 새롭게 선보인 공개 개그 프로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개그콘서트’와 다른 점은 tvN 코미디빅리와 같이 상금을 걸었다는 점이다. 

개그맨들은 총상금 1억원을 보고, 혼신의 힘을 쏟아 코너를 짠다. 예전 ‘웃찾사’(SBS)나 개콘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지인은 우연히 개승자 출연진들의 애로사항을 듣게 됐는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눈치가 보여 개그 코너를 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웃기려고 짠 개그인데 방통위가 죽자고 달려든다는 것이다. 

개그 출연진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유튜브에서 과거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를 찾아보면 지금 기준으로 선을 넘었던 코너가 많았다. 표현의 규제나 심의가 덜 했던 시기였고 당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도 코너 소재로 활용됐던 아무 문제가 없던 시절이었다.    

개그맨들이 방통위 눈치를 본다는 것은 KBS 고위임원이나 PD들이 방통위 눈치를 본다는 뜻이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짠 개그는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가다. 그래도 개그맨들은 최선을 다해 코너를 올린다.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코너를 짜는데 표현을 억압하면 좋은 개그 프로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결국 개그란 현 사회 풍자 등이 주요 소재가 되고 정치권을 꼬집게 되어있는데 국민의 방송 KBS가 지나치게 방통위 눈치를 보니 개그는 앙꼬 없는 찐빵처럼 될수 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내 언론사 데스크와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언론사가 현 정부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다뤘다고 통신 조회 대상이 된다면 러시아·중국·북한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이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는데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술 적용해 개인사생활을 사전 검열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나. 야당 대선 주자 말대로 ‘빅 브라더’ ‘반전체주의’가 남의 이야기가 안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과거 60~90년대 군부독재 시절 이런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정부나 기업이나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창의·자율·소통·존중하는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겉으론 민주주의 사회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온통 통제·감시·눈치 보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면 조직·사회·국가는 결코 발전할 수 없고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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