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돼지고기가 '금값'...양돈 농가 출하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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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돼지고기가 '금값'...양돈 농가 출하가 폭락
  • 권동혁 기자
  • 승인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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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밸리=권동혁 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양돈농가 출하가는 오히려 폭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농가에선 대형 유통업체와 가공업체 등이 ASF 확산을 기회로 삼아 재고를 쌓아놓고 가격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10일 키우던 돼지 중 80여 두를 출하한 양돈농장주 A 씨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 출하 시 ㎏당 4천200∼4천500원을 받아야 원가가 나오지만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3천300원에 돼지를 팔아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달여 전과 비교해 ㎏당 2천200원, 원가보다도 1천200원 손해지만, 일시이동중지 탓에 키우던 돼지가 규격(110㎏)을 넘어버려 126㎏까지 커 버리는 바람에 마리당 3만∼4만원가량의 페널티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까지 처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뉴스에서 보면 소비자는 돼지고기가 금값이라고 하는데, 왜 산지에선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 것이냐"며 "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중간 단계에서 재고 물량을 갖고 가격을 조정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키우던 돼지를 갖다 버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양돈농장주 B씨도 "대형 유통업체나 돈육 가공 대기업 등이 물량을 쌓아놓고 풀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며 "농가는 소독때문에 한 달 가까이 농장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돼짓값까지 떨어져 출하할 수도, 안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한돈협회가 공시한 머리와 내장을 제외한 지육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당 평균 3천311원으로 집계됐다. 10일 가격은 오후 늦게 공시되지만, 이날 출하한 일부 농가의 말로는 ㎏당 3천300원 선이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집계된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을 보면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천890원으로, ASF가 발생하기 전인 한 달 전 가격 2천462원 대비 17%나 올랐다.

화성에서 냉동창고를 운영하는 한 돈육 유통업체 대표 C씨는 "구제역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가축 전염병이 창궐할 땐 도축한 돼지 물량을 소규모 유통업체에선 손도 못 댈 정도로 대규모 유통업체나 가공 대기업 등이 채간다"며 "물량이 꽤 많을 텐데도 이게 왜 시중에 안 풀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럴 때 자금력이 없는 소규모 유통업체에선 물량을 쌓아놓지 않고 바로바로 빼고 있다"며 "결국 왜곡된 유통구조 탓에 농가는 계속 힘들고, 대기업은 배를 불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SF가 확인된 지난달 17일 전후 가격을 보면 한때 6천201원(9월 18일)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으나 농가들이 불안 심리 탓에 출하가 몰리면서 폭락하더니 지난달 30일부터 원가(4천584원)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현재까지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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