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외교적 판단 개입돼 일제 강제징용 판결 뒤집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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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외교적 판단 개입돼 일제 강제징용 판결 뒤집혔나?
  • 이슈밸리
  • 승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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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사진=이슈밸리)
서울중앙지법 (사진=이슈밸리)

 


[이슈밸리=사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법원에 의해 각하됐다. 정치·외교적 판단이 사법부 재판에 개입됐는지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7일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며 “개인청구권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청구권협정문이나 체결 과정에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없는 만큼 강제징용이라는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는 한-일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번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마저도 “국내법적 해석”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이날 재판부의 판단이 다분히 정치·외교적 판단을 개입시켰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이날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 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 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거나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에 큰 기여를 했다”는 등 일방적인 ‘정치·외교적’ 가치 판단을 재판에 개입시켰다.

집권 초기 일본에 대해 초강경자세를 유지하던 현 정부는 집권 4년 차에 들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일본 정부와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처했다. 강제징용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 일본 정부에 비해 우리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일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미국 정부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날 강제징용 판결 뒤집힌 배경에 정치·외교적 판단이 개입됐다면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는 물론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 일제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봤고 일본에 큰소리치던 자세를 180도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법부 판단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고 재판부 독자 결정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몇이나 되겠나. 

재판에 자꾸 정치·외교적 판단이 개입될수록 사법부의 공정과 정의는 멀어지게 된다. 사법부는 독립되어야 하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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